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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기획] 남자의 온라인게임 VS 여자의 드라마

무적태풍용사 2007. 1. 26. 22:41
07.01.26 21:25 [게임메카 김명희 기자] 추천수 0

여성들은 드라마를 즐겨 보고, 남성들은 온라인게임을 즐겨 한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따라서 미팅에 나온 여자는 어젯밤에 본 드라마 이야기를 하고, 미팅에 나온 남자는 어젯밤에 했던 온라인게임 이야기를 한다. 여자는 드라마 ‘주몽’의 ‘송일국’에 열광하고, 남자는 WOW의 확장팩 연기사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다. 너무 다른 남자와 여자, 두 사람의 대화는 엇갈린다.

과연, 드라마와 온라인게임은 함께 할 수 없는 화제일까?

짐작과 달리, 드라마와 온라인게임은 다양한 부분에서 공통점을 드러내고 있다. 진행형의 개발부터, 높은 접근성, 독특한 배급 방법까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이제부터, 드라마를 즐겨 보는 여자와 온라인게임을 즐겨 하는 남자의 만남으로 가상의 대화를 꾸며 본다.

▲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남자, 쓰랄

▲ 드라마를 즐겨 보는 여자, 소서노

남자는 대표적인 온라인게임 WOW의 용맹하고 지적인 대족장 ‘쓰랄’로, 여자는 MBC 간판드라마 ‘주몽’의 당찬 여자 주인공 ‘소서노’가 되어 가상의 대화를 나눈다. 각각 온라인게임과 드라마의 예를 들어 설명하며, 서로에 대해 공감하는 두 사람의 대화 속으로 함께 들어가보자.

남자(이하 ‘쓰랄’): 얼마 전에 재미있는 장면을 봤어요. 드라마 ‘주몽’에서 주몽이 WOW의 퀘스트를 받는 것 같은 장면을 연출하더군요. 갑자기 나타난 비금선 신녀는 부여의 운명을 예언하며 주몽에게 3개의 신물을 찾으라고 말하고, 깜짝 놀랐죠. 온라인게임에서 퀘스트를 주는 NPC와 다름 없었어요.

▲ MMORPG 주몽에 나타난 NPC 비금선 신녀, 심심할 때 한번씩 나타나 주몽에서 퀘스트를 전해준다

여자(이하 ‘소서노’): 퓨전 사극이라고 봐야 할까요? 드라마에 나타난 온라인게임의 징후라고 보아도 되겠네요. 웃으며 지나갔지만, 의미 있는 장면이란 생각도 들어요.

쓰랄: 최근에 개발자들은 온라인게임과 드라마를 비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있어요. “온라인게임은 한 편의 드라마”라는 주장은 요즘 게임 개발자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내용이죠.

실제로 ‘그라나도 에스파다’의 오픈베타테스트를 진행하면서 IMC게임즈 김학규 대표는 MMORPG는 영화보다는 드라마에 가깝다고 이야기했고요.

소서노: 그렇다면, 온라인게임과 드라마는 정말로 닮은 꼴일까요? 게임과 드라마의 제작환경과 배급구조부터 한 번 이야기해보는 것도 흥미롭겠어요.

◆ 온라인게임은 개발과 서비스를 동시에, 드라마는 촬영과 방영이 동시에

쓰랄: 온라인게임과 드라마의 첫 번째 공통점은 개발이나 제작이 진행형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죠. 비디오게임이나 PC게임 같은 패키지게임이 영화와 같다면, 온라인게임은 드라마와 같아요.

온라인게임은 클로즈베타테스트와 오픈베타테스트, 상용화를 거치면서 계속 게임을 개발하죠. 마케팅비용도 2: 4: 4 정도의 비율로 나뉘어 클베: 오베: 상용화 단계에 맞춰 투자되고요. 개발인원이 최대로 불어나는 시점도 오베를 겪으면서죠.

개발과 서비스가 함께 이루어지는 온라인게임의 특성상, 유저들의 반응을 통해 기존의 내용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내용을 추가할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소서노: 완결된 이야기를 다루지만, 드라마의 제작도 온라인게임과 비슷해요. 방송사와 외주제작사(프로덕션)에 의해 기획이 결정되면, 시나리오/캐스팅/스탭 구성 등의 구체적인 제작일정이 나오죠.

방영이 되기 전에 드라마를 완성하는 사전제작 시스템이 보편화되지 않은 국내 사정상, 방영 약 2주일에서 한달 전부터 본격적인 촬영이 들어가요.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시나리오도 나오고 촬영이 진행되죠.

드라마도 스토리 수정이나 추가가 가능해요.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내용 전개가 달라지거나 연장방영이 결정되거든요. 사실, 장점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어요.

◆ ‘컨텐츠 부족’, ‘쪽대본’ 부작용 해결은 철저한 사전 준비로

쓰랄: 이 같은 진행형 개발 관행은 결과적으로 컨텐츠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하죠?

온라인게임의 경우, 미비한 서비스 준비로 인한 컨텐츠 부족, 해킹, 잦은 서버점검 및 밸런스 파괴 등이 고질병이 되었죠. 요즘은 개발사들도 서비스 이전의 다량의 컨텐츠 확보 및 보안시스템 강화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지만요.

소서노: 네, 방영과 함께 촬영이 이루어지는 드라마 상황도 마찬가지예요. ‘쪽대본’에 대해 아시나요? 완성된 시나리오가 아니고, 앞뒤 없이 촬영분량만 ‘달랑’ 적혀있는 대본인데, 그걸로 촬영을 해요. 또 시청률 때문에 방영기간이 엿가락처럼 늘어나기도 하고요. ‘하늘이시여’가 그랬죠.

▲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환상의 커플’의 경우, 마지막 회를 내보내는 동시에 실시간으로 편집이 이루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대안으로 내놓은 게 사전제작이예요. 이미 미국에서 보편화된 시스템이죠. 우리나라에서도 ‘궁’, ‘연애시대’가 방영 전에 약 50%의 분량을 완성해서, 미술이나 음악 등 드라마의 완성도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