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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 플래그십 스튜디오 한국인 개발자 김진형

무적태풍용사 2007. 6. 20. 15:09
07.06.19 13:44 [게임메카 나민우 기자] 추천수 22

‘디아블로’ 시리즈를 개발한 전(前) 블리자드 노스 맴버들에 의해 개발되고 있는 ‘헬게이트:런던(이하 헬게이트)’은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빅 타이틀이다. 게이머들은 빌 로퍼, 데이비드 브레빅, 에릭 쉐퍼 등 `헬게이트`의 주요  개발자들에게  ‘그들이라면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 줄 거야’라는 강한 신뢰를 보이고 있다.

게임메카는 이세계적인 개발자들과 함께 플래그십 스튜디오에서 ‘헬게이트’ 개발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유일한 한국인 개발자 김진형 씨를 단독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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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역할은 런던 거리를 파괴하는 것

‘헬게이트’의 컨셉 디자이너를 맡고 있는 김진형씨는 현재 실력을 인정받아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 함께 ‘헬게이트’ 그래픽 부분을 책임지고 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평범한 공대생이었다. 그래픽 관련 일을 하고 싶었던 그는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2002년 미국 유학을 결심했다. 미국 LA에서 광고 영상과 애니메이션에 대해 공부하던 중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일러스트의 매력에 도취됐고, 꾸준히 실력을 쌓아 지금의 자리까지 오르게 된 것이다.

게임메카: 헬게이트의 컨셉 디자인을 담당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김진형(이하 김): 쉽게 말해 게임 내의 사물, 거리, 캐릭터 등을 디자인하는 작업입니다. 예를 들어 파괴된 런던의 거리를 생각해보세요. 에릭(에릭 쉐퍼: 헬게이트의 메인 디렉터)은 저에게 멀쩡한 런던의 거리를 사실적이면서 근 미래적이고, 악마적인 분위기가 풍길 수 있도록 파괴(?)해 달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저는 런던 거리를 헬게이트의 분위기에 맞게 바꾸는 작업을 하는 것이죠. 또 아이템, 무기 등에 대한 작업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확장팩의 무대, 아시아 지역도 고려중

게임메카: ‘헬게이트’는 마무리 단계에 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진행중인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나요?

김: 현재 내부에선 ‘헬게이트’의 확장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확장팩의 배경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말씀 드릴 수는 없습니다. 현 단계에서 밝힐 수 있는 것은(확장팩의 배경에)아시아 지역이 포함되는 것이 신중하게 논의되고 있으며, 하나의 도시가 아닌 여러 개의 도시는 묶는 새로운 방식으로 제작될 수도 있다는 것 정도입니다.

게임메카: CEO인 빌 로퍼 씨는 항상 한국 유저들은 자신들에게 특별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개발실 내에서는 어떤가요?

김: 빌이 이야기한 그대로 입니다. 개발진 전체가 한국 유저들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입사했을 때 게임에 대해 어떤 기획이 있으면 ‘진형에게 OK 받아야 진짜 OK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 유저들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빌은 종종 저에게 한국에 관한 것들을 물어보기도 합니다. 현재 한국에서 인기있는 게임이나 웹진 등 여러 가지를 물어봅니다. 게임메카 기사 내용 역시 빌에게 설명해주곤 합니다 (웃음).

게임메카: 플래그십에는 디아블로 개발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의 일하는 스타일은 어떤가요?

김: 모두 자기 분야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빌은 정말 나이스(Nice)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좋습니다. 그래서 개발실 동료들이 모두 그를 믿고 따릅니다. 현재는 사업가로서도 평이 좋습니다.

브레빅(데이비드 브래빅: ‘디아블로’의 랜덤맵 시스템을 만들어낸 인물)은 책임감이 강합니다. 그는 독특한 아이디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 다른 이들이 시간이나 프로그램 상의 난해함 때문에 머리를 저어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가, 결국엔 구현해냅니다. 그리고 게임을 정말로 사랑합니다(웃음).

에릭(에릭 쉐퍼)은 팀 내에서 메인 디렉터(총 감독)를 맡고 있는데, 플래그십 내에서 그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정말로!). 결단력이 빨라 보통 어떤 일에 대해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정을 내려줍니다. 개발팀원들도 그의 실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가 결정을 내리면 모두 믿고 따릅니다. 또 팀원이 만들어 낸 결과물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을 때, ‘이건 아니야 이렇게 해’가 아니라 ‘여기에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라고 물어 봅니다. 메인 디렉터이지만 다른 팀원들의 의견을 존중해주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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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다듬기 작업이 대작을 만든다

게임메카: 플래그십 맴버들은 과거에 ‘디아블로’라는 대작을 개발했는데, 그들의 저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김: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는 다듬기 작업을 통해 계속해서 더 좋은 게임을 만든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보통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플레이 데이`라고 해서 개발팀 모두가 ‘헬게이트’와 ‘미소스’를 플레이 합니다. 플레이를 하다 보면 자잘한 버그나 불편한 점, 새로운 아이디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것들을 모아서 게임에 반영하기도 하고 필요 없는 부분은 빼기도 합니다. 이런 식의 끊임없는 다듬기 작업이 더욱 완성도 높은 게임을 탄생시키는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게임메카: 플래그십 개발실 분위기는 어떤가요?

김: 정말 자유롭습니다. 이건 제가 과장해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웃음). 자신이 머리에 가지고 있는 창의적인 생각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입니다. 가끔 다른 회사에 취직한 친구들을 만나는데, 그들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플래그십이 플래그십만의 독특한 자유로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실감하게 됩니다.

파티도 자주 엽니다. 보통 바쁜 주를 `크런치 위크`라고 하는데, 보통 2~3주 크런치 위크가 지속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회사에서 1주일 정도 쉴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배려를 해줍니다. 영화 예매권이나 야구장표를 주기도 하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회사로 사람을 불러 파티를 열기도 하죠.

게임메카: 플래그십에 입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김: LA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여러 회사에서 면접을 봤습니다. 그러던 중 ‘헬게이트’ 관련 자료를 접하게 됐는데, 딱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 여러 회사에서 면접을 봤지만 플래그십 만큼 멋진 사무실 분위기를 가진 회사는 못 봤어요. 스튜디오 내부는 적색 벽돌과 나무들로 꾸며져 있는데 분위기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예상외로 미국 대기업들의 사무실 분위기는 단조롭고 딱딱한 편이거든요. 사실 블리자드 측과도 면접 후에 이야기를 진행 중이었지만,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의외로 쉽게 플래그십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게임메카: ‘헬게이트’ 컨셉 아트를 만들면서 가장 어려웠던 작업은 어떤 것이었나요?

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포탈의 디자인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처음 여러 명의 디자이너가 각자 다양한 디자인을 제안했는데, 다들 맘에 들어 하지 않았거든요. 저 같은 경우 10번도 넘게 퇴짜를 맞았어요(웃음). 하지만 결국 OK를 받아냈습니다.

어찌보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포탈의 디자인이 게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게이머들이 가장 자주 보게 되는 것이 바로 포탈입니다. 그런 만큼 중요하지 않을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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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형 씨가 가장 애를 먹었다는 문제(?)의 포탈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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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미국에서 홀로 생활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김: 크게 힘든 점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는 힘들더라고요. 유학생 신분이란 점과 음식이었습니다. 취직 활동에 있어서 유학생과 미국 시민권자의 경쟁은 시민권자가 유리할 수 밖에 없거든요. 미국의 취업비자 방식이 까다로워서 회사들이 꺼려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플래그십에선 저의 그림을 마음에 들어했고 저 역시 플래그십에 끌렸기 때문에 이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떡복이, 순대, 오뎅 같은 분식을 좋아하는데 사무실 근처(샌프란시스코)에선 찾아보기 힘들고, 있다 해도 맛이 만족스럽지 못해요. 전에 살던 LA에는 한국분들이 많이 계셔서 자주 먹을 수 있었는데 말이죠. 귀국해서 오뎅을 제일 많이 먹은 것 같습니다(웃음).

게임메카: 여가 시간에 주로 무엇을 하시나요?

김: 주로 애니메이션을 봐요. 애니메이션에 있어선 그다지 가리지 않고 보는데,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합니다. 특히 ‘천년여우’, ‘파프리카’, ‘망상대리인’ 등의 감독을 맡았던 콘 사토시 씨를 좋아합니다. 그의 작품은 어느 것 하나 독특하고 개성적이지 않은 것이 없어요. 또 픽사(토이 스토리, 인크레더블 등을 만든 미국의 유명한 3D 애니메이션 회사)의 애니메이션도 좋아합니다. 사실 픽사에도 지원했었지만 낙방했습니다(웃음).

게임메카: 한국의 많은 게임 개발자들이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위해 조언해 주신다면

김: 미국취업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비자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합니다. 미국은 취업비자를 받기가 까다롭고 오래 걸립니다. 보통 취업비자는 4월에 신청하게 되는데 발급은 10월 1일에 발급됩니다. 6개월이나 걸리는 거죠. 중요한 점은 4월 한 시기만 받기 때문에 이 시기를 놓치면 1년을 기다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미국은 원하는 회사가 적기 때문에 2D 그래픽과 관련된 일자리를 찾기 힘듭니다. 하지만 3D 작업이 가능한 인력은 많이 모자른 상태입니다. 실제로 많은 한국인 유학생들이 3D관련 계열에 진출해있고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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