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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군주온라인으로 본 “선거의 모든 것”

무적태풍용사 2006. 5. 30. 23:46
글 : 게임메카 김명희 기자 [06.05.30 / 22:15]

531지방선거를 맞이해 온라인게임 속에도 실제 선거와 똑 같은 선거가 펼쳐져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국내 온라인게임에서 유일하게 게임 내 통치자를 유저들이 직접 뽑는 선거제도를 게임의 핵심시스템으로 운영중인 ‘군주온라인’이 화제다.

이번 531지방선거는 투표 가능 연령이 19세 이상(1987년 6월 1일 이전 출생자)으로, 기존 소선거구제가 중선거제로 변경되고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는 등 새로운 변화로 눈길을 끌고 있다. 이처럼 보다 젊은 시민들에게 투표권이 확대된 것을 계기로, 온라인게임 속에서 미리 선거제도를 경험해 보려는 어린 유저들이 늘고 있다.

▲ 경선, 기탁금, 선거유세 등 현실 정치 ‘닮은꼴’

군주의 선거시스템은 선거 출마방식부터 선거 유세과정 등 많은 부분이 실제 선거와 유사하다.

군주온라인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정치, 경제 온라인RPG로 유저들의 투표를 통해 각 서버의 대표인 ‘군주(서버장)’를 뽑는 선거제도를 핵심 시스템으로 채택하고 있다. 군주온라인은 후보자 등록 자격 기준 제한, 기탁금 제도, 후보자 접수에서 유세, 투표에 이르는 기간과 기준을 세세하게 설정해 최대한 현실 선거 제도와 유사하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531 지방선거에서 각 지역 후보들은 지역구의 크기에 따라 최소 50명에서 최대 2,000명의 선거권자의 추천을 받아야 하며, 기탁금은 최소 200만원에서 5,000만원에 이른다.

군주온라인 역시 각각의 서버의 군주로 출마하는 유저는 해당 서버의 캐릭터 레벨 100이상이어야 하고, 레벨 50 이상인 유저 30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기탁금 역시 금괴 1,000개가 필요하다.

현실 선거제도의 공약처럼, 군주온라인 역시 세금이나 사냥터 규칙, 아이템 제조제한에 대한 나름의 공약을 내걸고 마을 대행수(길드장) 간 경선을 통해 서버장 후보를 뽑는 풍경도 실제 정당 경선과정과 유사하다.

▲군주 온라인 세종서버에 `군주`로 출마한 후보들의 프로필의 일부

▲ 부정선거, 부패선거는 유저들이 ‘응징’

부정선거를 철저히 감시하는 현실과 달리 군주온라인은 규제 없이 유저들의 감시와 선택에 맡긴다.

현실 선거에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되기 전부터 철저하게 감시한다. 사소한 규칙위반이라도 벌금을 물고, 후보 자격 상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최근의 선거운동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이에 반해 군주온라인에서는 마음대로 공식적인 선관위가 없고, 선거비용에 제한이 없어 후보자들은 마음대로 아이템이나 돈을 쓸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부패선거를 벌인 자들은 유저들이 투표를 통해 응징하기 때문에 당선되는 일은 쉽지 않다.

엔도어즈 관계자는 “선거 중에 경쟁 후보를 음해하기 위한 ‘자작극’도 벌어진다”며 “유저들에게 일부러 아이템을 상대 후보 이름으로 보내고 ‘뇌물을 보냈다’며 몰래 스크린샷을 찍어 신문사에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군주온라인의 각 서버장인 `군주`들이 모인 간담회 자리

▲ 온라인게임,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이동한다

그 동안 대부분 온라인게임은 전투나 전쟁을 통해 결정된 지배세력의 강력한 힘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잦았다. 그리고 그들은 가지고 있는 권력을 최대한 이용해 이권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현실도 마찬가지, 야당 대표가 선거 유세 중 피습을 당하거나 선거운동원 간 주먹다짐, 쌍방간 인신공격, 금권선거 등도 현실 정치의 어두운 모습이다.

하지만 더 이상 현실정치도 온라인게임 속 정치도 돈이나 힘에 의한 독재가 아닌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으로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 531지방선거를 맞이해 살펴본 게임 속 선거에서나, 현실의 선거에서나 시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확인했다.

[인터뷰] 엔도어즈 군주온라인 이건 기획팀장 “유저들의 정치무관심, 게임도 예외 없다”

엔도어즈 군주온라인 이건 기획팀장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학원선생님 시절,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직접 경험해보고자 시작했던 군주온라인의 알파테스트부터 시작해 행수, 대행수, 판서 등 각종 게임 내 ‘요직’을 두루 경험했다. 특히 그는 대학시절, 총학생회장의 선거에 나섰던 경험을 발휘해 게임 내 서버장인 군주의 당선에 참모역할로 맹활약한 ‘선거 베테랑’이다. 그는 현실 정치처럼 게임의 정치시스템이 복잡하고 방대해질수록, 일반 유저들의 정치에 대한 괴리감 및 무관심이 심해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게임메카: 게임에서 군주가 갖는 권력은 어떤 것인가? `녹`(급여)에 해당하는 배당금이 상당히 ‘쎈’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쓰이는 지?

: 여러 가지가 있지만, 실질적으로 군주가 갖는 가장 강력한 권한은 판서 임명권이다. 이조 판서는 서버 내 세율이나 아이템거래 수수료율을 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고, 형조 판서는 매크로 등을 사용하는 불법 유저들을 잡아들인다. 또 병조는 전쟁을 대비하거나 무기별로 제조 밸런스를 맞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군주는 녹으로 각 마을 배당금의 1%를 받지만, 민심을 얻어야 해서 ‘몹몰이’나 보물찾기 등 자체 이벤트를 벌이는 데 거의 다 쓴다. 무엇보다 군주는 거의 24시간 게임에 접속해 활동하기 때문에, 군주와 판서들이 가끔 자기들은 월급 안 받는 GM이라며 가벼운 불평도 한다.

게임메카: 특이한 이력의 군주나 참모는 없었나?

: 군주가 되는 데는 나이 제한이 없기 때문에 가장 나이가 어린 14살의 군주부터, 54살의 군주도 있었다. 특히 온라인게임의 특성상, 본인이 밝히지 않는 이상 나이를 알 수 없어 나이를 알면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 초기 때 ‘명궁 이순신’이란 유저가 있었는데 분석력이 뛰어나 스승으로 모셨는데, 알고 보니 13살이란다. 마찬가지로 같은 마을(길드)에서도 50살 넘는 대행수 대신에 17살의 의욕적인 유저가 군주 선거에 출마하는 일도 잦다.

한 번은 자신이 음반발표를 준비 중인 뮤지션인데, 음반홍보를 위해 군주로 나선 분도 있다. 회사에 데모음반도 보내줬는데 이후에 소식을 알 수 없다.

게임메카: 선거에서 필승 노하우가 궁금하다.

: 일단 아이디부터 튀어야 한다. 유세기간이 짧고, 보여주는 게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본 것 같은데’라는 강한 인상을 심어야 한다. 예를 들어 `노무현`이나 `문희준`같은 아이디도 기억하기 쉬운 좋은 아이디다. 총학생회장 선거에서도 경험했지만, 최대한 많은 운동원을 이용해 선거연설을 자주 하고, 게임 내 라디오나 신문을 이용한 인터뷰도 많이 가져야 한다. 선거운동원들끼리 유세장에서 자리싸움 신경전도 종종 벌어진다.

게임메카: 게임 내 선거와 정치를 경험하고 보니 어떤 생각이 드는가?

: 하면 할수록 현실정치와 비슷해진다고 생각한다. 현재 가장 오래된 서버인 태조의 경우, 정치시스템이 크고 복잡해지자 유저들이 정치에 무관심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누가 해도 똑같더라’고 생각한다. 이건 군주가 되고 자리를 물러난 유저들도 마찬가지다. 잦은 인신공격에 시달리며 권력무상이나 환멸을 심하게 느껴서 아예 게임을 접기도 한다.

온라인게임이든 현실정치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은 똑같다. 정치인들이라고 무조건 비난할 것이 아니라 참여하고, 바꿔보라. 531 지방선거에도 꼭 투표하시라고 강력하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