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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게임메카 김명희 기자 [06.06.27 / 20:56]

무적태풍용사 2006. 6. 27. 23:01
글 : 게임메카 김명희 기자 [06.06.27 / 20:56]

영화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OCN 스릴러 연작시리즈 ‘코마’의 영화음악을 담당하면서 널리 알려진 최승현 음악감독에게 “왜 게임음악을 시작했느냐?”라는 질문은 틀린 말이다.

이미 스릴러 장르에서 탁월한 감각을 증명했던 최승현 감독에게 스릴러영화 같은 게임음악을 만드는 일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처럼 보인다.

이제 질문은 “어떤 음악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가 되어야 한다.

▲ 낯선 게임에서 ‘올드보이’의 향수를 맡는다

최승현 음악감독은 신생개발사인 실버포션에서 개발 중인 스릴러MMORPG ‘SP1(가제)’을 통해 생애 첫 게임음악에 도전했다.

그는 SP1의 첫 인상이 “쿨(Cool)하면서도 암울한 느낌”이었다고 전한다. 이미 올드보이와 친절한 금자씨 작업을 통해 스릴러 영화음악 작업에서 원숙한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보여줬던 그에게 SP1은 낯설지 않은 게임이다.  

“SP1은 ‘판타지’의 요소가 조금 있는데, 상당히 독특한 판타지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약간은 암울하면서도 쿨한, 친절한 금자씨와 올드보이가 가진 색깔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했죠”

개발사인 실버포션 역시 기존의 게임음악가보다 스릴러영화 같은 게임을 추구하는 SP1과 최승현 음악감독이 ‘찰떡궁합’을 보여 주리라고 생각, 적극적으로 작업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 ‘영화 편집본’을 보듯이 ‘동영상’과 ‘스샷’으로 음악 만들어

최승현 음악감독은 스릴러영화 장르에서 독보적인 능력을 보였으나, 자신이 스릴러영화음악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특별히 장르를 가리지는 않는다”며 “공포나 멜로, 등 중요한 것은 작품 자체의 완성도”라고 못 박았다. 다양한 영화음악을 경험한 그에게 게임음악 작업과의 차이에 대해 물어보았다.

▲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코마 모두 그의 독특한 음악색깔이 반영된 스릴러영화다

“영화는 촬영이 시작되기 전부터 작업을 같이 하거나 어느 정도 완성이 된 다음에 같이 하는 두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전자는 시나리오 단계부터 프로듀서나 감독과 상의하면서 멜로디를 다양하게 생각해두죠.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중간중간 나오는 ‘편집본’을 보면 생각했던 것과 달라 새로 작업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는 영화는 기본적으로 감독의 작품이기 때문에 ‘화면’이 나오고 어느 정도 완성된 편집본이 자신의 상상과 달라 새로 작업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게임음악을 만드는 지금, 최승현 음악감독은 영화 촬영 편집본을 보듯이 SP1의 게임동영상과 스크린샷, 시나리오를 보면서 음악을 만들고 있다. 궁금하거나 부족한 부분은 개발사를 통해 직접 물어보고 때로는 익숙하지 않지만 직접 게임도 플레이 하고 있다고. 작업에 도움이 되기 위해 MMORPG를 좀 더 해볼 생각도 가지고 있지만, ‘게임에 빠져 음악작업이 늦어질까’ 우려하는 개발사 측의 ‘만류’로 자제하고 있단다.

▲ ‘러닝타임’이 없어 더욱 까다로운 게임 음악

최승현 음악감독이 생각하는 게임음악은 어떤 것일까? 자꾸만 그의 음악색깔을 ‘게임음악’으로 한정해서 물어보는 집요한 질문에도 그는 담담하게 대답한다.

▲ 스릴러MMORPG를 표방한 SP1의 스크린샷

그는 영화처럼 게임도 본질적으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종합예술”이라며 자신의 음악을 통해 사람들이 느끼는 감동이 배가되는 것이 기쁘다고 이야기했다.  

“영화작업은 두 시간의 러닝타임동안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음악의 에너지를 조절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관객이 느끼는 감정의 곡선을 만들고 유지하는 게 목적이죠. 에너지를 조절하면서 복선을 꾸미다 클라이막스에서 최고조에 이르죠”

그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감독이나 프로듀서가 생각하는 영화의 느낌을 음악으로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영화음악과 달리 게임음악은 좀 더 까다로운 작업임이 분명하다.

“일단 게임은 러닝타임이 없어요. 온라인게임은 더욱 그렇고요. 각자 게임을 즐기는 시간부터 다르죠. 일관성은 가지지만 지루하지 않도록 다양하게 만들어서 계속 호기심을 가지게 해야죠. ‘스릴러’라는 분위기는 고수하되, 악기구성이나 음악의 표현장르를 다르게 하는 식으로 재미를 주려고 합니다”

최승현 음악감독은 SP1의 독특한 직업군인 형사, 기자, 보스의 애인 등 각각의 캐릭터를 잘 나타낼 수 있는 캐릭터 테마음악과 지역음악을 선보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너무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음악은 지겨워서 끄게 된다며 게임을 하다 끄지 않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무엇보다 현재 “독특한 분위기와 완성도를 조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 게임도 영화도 마음을 사로잡는 ‘종합예술’

스릴러 장르는 단순히 엽기적인 인물이나 공포스러운 연출을 통해 직접적인 혐오감을 주는 하드코어 영화나 공포물과도 다르다. 그것은 스릴러가 간담이 서늘해지는 심리적 압박, 인간의 마음을 조종하는 듯한 ‘불안요소’를 이용하는 ‘알고 보면 섬세한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 신디사이저를 이용해서 초안을 잡고, 컴퓨터로 데모를 만든다. 필요한 경우에는 어쿠스틱 현악기를 직접 녹음하기도 한다. (낮은 조도의 조용한 작업실 풍경)

이제 스릴러 게임음악을 통해 관객이 아닌 게이머의 마음을 사로잡겠다고 결심한 최승현 음악감독. 그는 게임을 즐기는 대상층이 몹시 다양하다는 데 놀랐다며, ‘잘 만든 게임’이라면 오히려 영화보다 좀 더 넓은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줄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드럽고 섬세한 분위기의 그와 스릴러 장르는 몹시 잘 어울려 보인다.

최승현 감독의 전작인 올드보이와 친절한 금자씨는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사랑 받은 영화음악이었다. 그의 첫 번째 게임음악이 될 SP1을 통해 그가 이룬 과거의 영광들이 재현될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아니, 그의 무섭도록 매혹적인 음악들이 게임 속에 어떻게 재현될 수 있을 지 문득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