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확장팩 <버닝 크루세이드>의 클로우즈 베타가 시작됐습니다. 새로운 종족과 직업, 그리고 `아웃랜드`. 지금부터 언데드 마법사 `콜드피어`와 함께 `블러드 엘프`의 도시 `실버문`과 그 주변 지역을 살펴보면서 블러드 엘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실바나스 여왕님의 호출을 받았다. 축축하고 어두운 연금술 연구소 한 구석에서 다른 연금술사들과 시약을 분배하던 나는 일손을 멈췄다. 말을 타고 왕궁으로 향하며 어떤 일로 호출을 받았을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짚이는 것이 있었다. 얼마 전 ‘블러드 엘프’ 사절이 언더시티에 당도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왕궁에 도착했고 나는 말에서 내려 왕궁 안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여왕께서 정사를 논하시는 중앙 홀로 들어섰다. 항상 승자의 편이라 자신하는 ‘박쥐’ ‘바리마트라스’는 여전히 역겨운 웃음을 띄고 있었다. 그 옆에는 그들의 명칭처럼 붉은의 색 옷으로 몸을 감싼 블러드 엘프 두 명이 더 있었다. 나의 예상이 분명해 짐을 느꼈다. 여왕께선 입을 열지 않으시고 나에게 다가오라고 손짓하셨다. 여왕께 다가가 정중히 무릎을 꿇자 여왕께선 얼굴이 얼어 붙은 것처럼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입술을 여셨다.
“그대를 부른 것은 실버문에 특사로 파견하기 위해서다. 수행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콜드피어”
“물론 입니다. 우리들의 여왕이시여”
그녀는 말을 마치고 봉인된 봉투 하나를 꺼냈다. 그런데 그 봉투를 보는 여왕님은 조금 이상했다. 눈빛에 한 순간 분노가 타오르는 듯하다가 이내 측은한 슬픈 눈으로 변하기를 반복했다. 여왕께서 이렇게 직접적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실버문이 자신의 ‘옛’ 고향이였기 때문일까? 여왕이 `살아있었던 시절의` 옛 고향이자 ‘순찰대장’으로 활약했던 실버문. 흥미라고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 솟아올랐다. 나는 조용히 봉투를 건내받았다. 곧바로 왕궁을 나와 순간이동마법사에게로 발걸음을 돌렸다.
블러드 엘프의 문화수준은 내 상상을 뛰어넘고 있었다. 블러드 엘프의 도시 실버문은 살이 썩어 추한 몰골이 된 나에게 자랑이라도 하듯, 신비함과 아름다움을 무한히 뿜어냈다. 붉은 색과 황금색, 흰색이 어우러진 그들의 건축물은 이 세상 것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이곳 저곳을 두리번거리는 내가 수상쩍었는지, 마법에 의해 움직이는 고렘 ‘비전 파수꾼’이 내 앞을 가로 막았다. 그 고렘은 나에게 몇 가지 주문을 시전한 뒤, 의심이 풀렸는지 ‘도시 내에선 질서를 지켜야 합니다’란 말을 남기고 다른 곳으로 육중한 몸을 움직였다. ‘피조물 주제에!’ 질퍽한 불쾌감이 느껴졌다. 문득 시체를 이어붙여 만든 언더시티의 ‘어보미네이션’들이 떠 올랐다. 이 비전 파수꾼들은 우리가 만들어낸 어보미네이션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창조물이 마법을 시전할 정도라니!’ 분노라는 가면을 쓴 열등감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끓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