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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랍스터소프트 김웅남 대표 “배틀붐, 스타크래프트의 핵심이 담긴 게임”

무적태풍용사 2006. 11. 1. 00:00
글 : 게임메카 김명희 기자 [06.10.31 / 20:20]

2005년 7월 ‘리버스’의 핵심개발팀이 모여 만들어진 랍스터소프트. 한 차례 게임이 개발 중단되는 아픔을 겪으며 그들은 새롭게 각오를 다진다.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모인 개발자들은 회사 설립과 동시에 ‘배틀붐’ 개발에 착수했다.

기획, 원화, 그래픽, 프로토타입 테스트가 동시에 이루어졌다. 배틀붐의 ‘대규모 집단 전투’라는 컨셉은 김웅남 대표가 10년의 세월 동안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온라인게임의 개발방향이다. 개발 진척은 빨랐지만, 자금 사정 등 개발 진행은 결코 쉽지 않았다.

랍스터소프트 김웅남 대표는 싸이칸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지금에도 당시를 기억하면 여전히 불안하다고 말한다. 불안은 긴장의 다른 말. 그는 ‘경쟁이 치열한 게임업계에서 안정된 개발환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 게이머도 성장하고 게임도 성장한다

▲ 랍스터소프트 김웅남 대표

온라인게임이 서비스 된 지 횟수로 십 년이 넘었다. 김웅남 대표는 ‘MMOPRG를 즐기던 어린 유저들도 대학생이 되고, 직장인이 되었다’고 입을 열었다.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진 그들에게 MMORPG는 여전히 매력적인 장르일까? 그들은 여전히 같은 게임을 즐길 수 있을까? 개발자로서 김웅남 대표의 의문이자 배틀붐의 기획의도는 여기서 출발한다.

실제로 과거의 게임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게임 안에 오래 잡아 둘 수 있을까? 하는 게 고민이었다. 그런 이유로 만들어진 것이 이른바 ‘노가다’로 알려진 RPG의 레벨업 시스템과 보상제도다.

하지만 더 이상 플레이타임의 길이는 게임의 재미와 비례하지 않는다. 과거 오랜 시간 공을 들이며 MMORPG를 즐겼던 사람들은 더 이상 게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없다. ‘한 판’의 즐거움을 강조하는 캐주얼게임은 대안이 아닌 대세가 되었다.

김 대표는 개발자들도 더 이상 과거와 같은 MMORPG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MMORPG를 즐기던 유저들이 가벼운 캐주얼게임을 좋아할 것인가 문제도 의문이다. 한 판의 즐거움은 가볍기 때문에, 그들을 오래 사로잡지 못한다. 그는 해결방법을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스타크래프트’에서 찾았다.

◆ 배틀붐은 스타크래프트의 핵심이 담긴 게임

스타크래프트는 완성도 높은 전략시뮬레이션게임인 동시에 다양한 방법으로 유저들이 창의적으로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중국철학을 전공한 김웅남 대표가 바라보는 스타크래프트의 성공요인은 병법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병법에는 지(地), 천(天), 민(民), 장(將), 법(法)이란 개념들이 있습니다. 민은 백성이고, 천은 ‘하늘의 운’이란 의미에서 타이밍, 지는 지형지물, 법은 보급이나 제도, 장은 뛰어난 장수를 각각 의미합니다. 이 중 적어도 세 가지는 갖추면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는데, 스타크래프트는 이런 병법의 핵심들이 잘 조화를 이루게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예를 들어 임요환 같은 뛰어난 장수가 보급과 지형지물을 이용한 적절한 게임 운용을 통해 게임에서 승리하는 것처럼 말이죠”

김 대표는 ‘스타크래프트의 형식이 아닌 핵심을 배틀붐에 가져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규모 집단 전투 방식의 배틀붐은 게이머가 각각의 유닛들이 되어 최대 100명이 맞부딪히는 대규모 전투에서 승리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전투에서 승리하는 요인은 개인의 레벨이 아니라 순수한 조작실력과 협동이다.

로비나 ‘사교공간’이라고 불리는 커뮤니티 공간에서 ‘놀던’ 게이머들은 메인 서버에 의해 전투가 벌어지는 전쟁터로 소환된다. 전투에 참여한 이상 게이머들의 레벨은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다. 아무리 뛰어난 게이머도 여러 명의 협동을 이길 수는 없다.

◆ 리버스가 넘지 못한 벽, 배틀붐은 넘는다

김웅남 대표가 배틀붐을 만들면서 가장 어려움을 겪은 부분은 배틀붐의 초기 기획의도를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부분이었다고 고백했다. MMORPG의 공성전처럼,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전투를 치르면서도 한 판씩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기존의 대기실에서 게이머가 직접 방을 만들어 참여하는 방식은 백 명은커녕, 수십 명의 수용도 불가능했다. 리버스 역시 이 부분에서 벽을 넘지 못하고 개발을 중단해야 했다.

“막연히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한 방에다 넣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수 없이 했습니다. 여러 개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 사람들이 서로 ‘도전장’을 내미는 방식을 만들까 하는 방법을 내놓은 적도 있죠”

▲ 랍스터소프트 내부. 조용해 보이지만 "테스트 아이디니까 `제발` 죽이지마세요"란 소리가 난무한다

김 대표는 대규모 전투를 포기하지 않았고, 지금의 ‘배틀존 시스템’을 만들었다. 게이머가 아닌 서버가 게이머의 용병캐릭터를 배틀존으로 강제 소환(강제 징집)하는 방식이다.

게이머는 ‘초대’ 버튼만 누르면 전투에 즉각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게임 시스템에서 전투에 참여할 각국의 용병들을 모집하며, 약 1분간 참가 신청을 받은 후 신청한 용병들을 전쟁터로 이동시킨다.

배틀존으로 이동한 뒤에는 아이템의 착용과 해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적절한 자원관리와 보급이 중요해진다.

배틀존 내에는 폐기된 로봇 등 다양한 자원들이 있다. 보급은 이를 통해 이루어진다. 용병들은 전쟁이 끝나면 다시 마을로 귀환한다.

◆ 망하거나 죽지 않고 게임 만들 수 있겠니?

김웅남 대표는 게임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10년이 되었지만, ‘단 한번도 제대로 성공해 본 적도, 제대로 실패해 본 적도 없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것은 이제껏 그 스스로 만들고 싶었던 게임을 유저들에게 제대로 선보일 기회조차 없었다는 의미다. 국내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그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실제로 많은 게임들이 개발단계에서 사라지거나, 서비스 중 수익문제를 이유로 사라지고 있다. 매년 수백 개의 게임이 테스트되고, 그 중에서 성공하는 게임은 손에 꼽힌다. 성공적인 이력을 쌓아가는 핵심개발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힘들었던 시절, 매일 야근과 부실한 끼니에 지친 개발자들이 모여 ‘우리도 언제 한번 제대로 성공해서, 랍스터를 먹어보자’는 의미에서 지어졌다는 랍스터소프트의 회사명. 가볍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유래다. 대기업이 아닌 국내 소규모 게임업체 개발자들의 현실은 이와 멀리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십 년을 가슴에 품은 아이디어지만, 단 한번도 유저들에게 제대로 게임을 선 보일 수 없었다는 김웅남 대표. 그는 배틀붐을 통해 무엇보다 값진 랍스터를 시식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