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게임메카 김시소 기자 [06.11.13 / 20:28] |
게임메카는 지난 9~10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국제 게임 컨퍼런스 ‘KGC2006’에 참가한 수원지방법원 윤웅기 판사를 만났다. 윤웅기 판사는 온라인게임 아이템에 대한 유저의 권리를 ‘상가 권리금’과 유사한 개념으로 설명한 현직 법조인. 그는 10일 KGC2006에 참가해 ‘MMO 플레이의 법적 모호성’을 주제로 강연과 토론을 진행했다. 그는 강연 직후 게임메카를 만난 자리에서 장시간 동안 한국 온라인 게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말해 주었다. 이야기는 ‘현금거래 옹호론자’라는 그간의 오해에 대한 해명에서부터 한국 온라인 게임 서비스의 발전방향에 이르기까지 넓은 영역을 넘나들며 진행됐다. 게임메카는 한국 온라인 게임에 대한 한 법조인의 독특한 시각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해 보았다. 법 전문가가 생각하는 한국 온라인게임과 유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이템’이 아닌 ‘유저의 노력’이 거래대상 게임메카(이하G): 2004년 유저에게도 ‘권리금’ 형태로 온라인 게임 아이템에 대한 권리가 있다는 요지의 논문을 발표했다. 정확한 개념을 설명해 달라. 윤웅기 판사(이하 윤): 그냥 ‘권리금’이라 통칭하면 오해가 생긴다(웃음). 많은 사람들이 아이템 현금 거래에 따른 ‘권리금’ 개념을 단순히 게임아이템 사용권에 따른 비용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내가 논문에서 밝힌 바는 그렇지 않다. 게임아이템 사용에 대한 권리는 게임을 위해 개인이 돈을 지불할 때부터 발생한다. 물론 부분 유료화 게임 등 경우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적어도 정액제 MMORPG는 그렇다. 그렇다면 온라인 게임에서 ‘권리금’은 무엇에 딸린 것인가? 리니지를 예를 들어보자. 리니지를 처음 시작할 때 유저는 레벨1 캐릭터에 기본장비로 게임을 시작한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유저는 레벨을 올리고 가치가 높은 아이템을 습득하게 된다. 높은 성능의 아이템을 가지면 게임에서 얻을 이득이 많기 때문에 유저는 높은 가치의 아이템을 얻기 위해 더 노력한다. 그런데 개중에는 노력하지 않고 가치가 높은 아이템을 얻으려 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노력을 통해 아이템을 얻기보다는 현금, 게임머니를 주고서 그것을 얻으려 한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즉 타인의 시간과 노력에 의해 가치가 상승한 물건을 노력 이외의 방법으로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권리금’ 개념이 형성된다. 타인의 노력에 대한 보상을 ‘권리금’으로 보는 것이다. 즉 아이템 자체가 아닌 ‘유저의 노력’이 거래 대상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 자체가 ‘상가 권리금’과 유사한 형태로 유저의 권리를 보장한다.(상가는 일반적인 주거지와다르게 임차인의 노력에 따라 `권리금`의 수준이 결정된다. 또 이 `권리금`은 임차인이 소유권을 행사한다) 게임아이템을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으면 모르겠지만, 일단 아이템을 떨어뜨리거나 교환, 이동할 수 있게 했으면 암묵적으로 게임아이템 사용권 양도를 허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현금거래에 대한 귀책사유는 1차적으로 게임회사에 있다는 논리가 성립되는 것이다. G: 하지만 창작물에 대한 지적 소유권 개념으로 보자면 아이템은 게임회사가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는 콘텐츠 아닌가? 윤: 게임아이템을 창작해낸 것은 게임회사이지만 그것을 발현시키는 것은 유저의 노력이다. 발현되지 않은 아이템이 온라인 게임에서 가지는 의미는 제로이다. 온라인 게임 아이템에 대해 유저가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책임을 과도하게 묻는 사회 분위기가 개발사 경직시켜 G: 게임 아이템에 대해 유저의 권리를 인정하게 되면, 사기/현금거래/작업장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많은 부작용이 일어난다는 지적도 있다. 윤: 그 문제는 좀 분리시켜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중고 자동차 거래에서 사기 등 부작용이 있다고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거래를 막을 수 있나? 아이템 거래도 똑같다. 부작용이 있으면 사회 제도적 차원에서 방어벽을 만들어야지 자연스럽게 형성된 시장을 막는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또 한가지. 그런 부작용에 대한 책임을 개발사에 묻기 때문에 게임회사들이 더 보수적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개발사는 사회적인 비난을 피하기 위해 아이템 거래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이는 유저들과의 마찰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G: 현금거래에 대한 찬반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말인가? 윤: 그렇다. 현재 아이템 현금거래 금지를 명시한 게임회사의 약관은 근원적인 문제해결보다는 약관 명목상 게임회사의 아이템 거래 금지에 대한 의지만 부각시키고 있다. 유저에게 일정부분 아이템에 대한 권리가 있는 만큼 일률적으로 현금거래를 금지하는 것은 공정치 못하다. 물론 게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객관적인 입증을 거쳐 제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현금거래가 게임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지적되는 부분은 한국형 MMORPG의 특성과 관련지어 그렇지 않다고 뒤에 설명했다) 또 게임사에게 현금거래의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제도를 마련하고 의식을 고취시켜, 불건전한 요소를 제거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운영되어야 한다. 한국형 MMORPG는 게임 아닌 놀이판. 게임적 마인드는 곤란해 G: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경우 일부 레어 아이템에 대해서는 ‘획득시 귀속(이하 획귀)’시스템을 적용해 아이템의 이동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한국 MMORPG도 이러한 시스템을 적용하면 논란이 사라지지 않겠는가? 윤: 나는 `리니지`처럼 MMORPG를 표방한 한국 온라인 게임들이 사실은 게임이 아닌 ‘놀이판’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은 완성형 콘텐츠이다. 스토리가 있고 방향이 있다. 유저들은 설정된 대로 따라가며 플레이 하면 된다. 게이머들이 개발자의 의도대로 플레이 하도록 유도해야 하기 때문에 시스템 상으로 여러가지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이런 점에서 게임의 영역에 속한다. 하지만 `리니지`를 비롯한 한국형 MMORPG는 그런 부분이 없다. 개발사들은 온라인상에 그냥 유저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애초에 기존 게임의 논리를 따르지 않고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개발자의 의도가 아닌 자유의지에 의해 플레이 한다. 따라서 획귀와 같은 제약이 어울리지 않는다. 지금 생기는 문제는 (크게 보면) 게임이 아니 컨텐츠를 게임적 마인드로 운영하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 윤웅기 판사는 `WOW`는 게임이지만 `리니지`는 놀이판에 가깝다고 말했다 G: 게임이 아니면서 게임적인 마인드로 운영한다. 좀 놀라운 이야기다. 윤: 나는 한국형 온라인 놀이판이 진정 온라인 플랫폼에 어울리는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한국 개발자들은 이 세상 어떤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놀이판을 만들어냈다. 좀더 나가면 이것이 한국 온라인게임들의 강점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게임에 얽매인 마인드와 현금거래에 대한 지나친 강박관념이 오히려 이러한 판을 위축 시키고 있다. 이미 북미에서는 이런 놀이판이 발전된 형태의 온라인 콘텐츠들이 등장하고 있다. ‘세컨드 라이프’가 그것이다. 틀은 우리가 먼저 만들어 놓았는데 게임 마인드 때문에 발목을 잡히고 있는 형상이다. ※ 편집자 주: `세컨드 라이프`는 북미 개발사 린드랩이 운영하는 가상현실 세계로 참가자들은 이 안에서 현실세계에서 가능한 거의 모든 것들을 실현할 수 있다. 개인 아바타를 이용해 학업, 결혼, 취업 등 일상적인 부분에서부터 리셉션, 강의,공연, 토지매매 등 세세한 부분까지 체험하고 또 직접 컨텐츠를 기획할 수 도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마케팅의 공간으로도 각광 받고 있다. G: 그렇기 때문에 앞서 말한 현금거래로 인한 게임성 훼손도 실질적으로 적다는 이야기인가? 윤: 현금거래를 하면 게임 콘텐츠의 소비가 빨라져 결국 게임성을 훼손한다는 것이 게임회사의 논리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MMORPG를 표방한 한국 온라인게임들은 게임과 거리가 먼 놀이판이기 때문에 콘텐츠의 소비로 게임성이 훼손된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세컨드 라이프`는 한국 온라인 콘텐츠 개발사들이 가야할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일까 온라인게임 운영은 ‘입주자 대표’에서 맡는 것이 발전적 방향 G: 게임이든 아니든 어쨌든 개발사의 운영이 필요한 컨텐츠라는 점에서 놀이판을 관리할 의무와 권한은 게임회사에 있지 않는가? 윤: 기본적인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은 개발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보자 아파트 놀이터를 만들 때 안전수칙에 따른 시공은 시공사의 책임이다. 시설물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일 말이다. 하지만 놀이터에서 일어나는 폭력이나 강도 등 부정적인 사건까지 놀이터 시공사에 책임을 묻지는 않는다. 그것은 1차적으로는 그런 행위를 한 사람에게 책임이 있고 2차적으로는 관리를 소홀히 한 지역 경찰이나 놀이터를 관리하는 경비업체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형 온라인 놀이판도 이렇게 이해해야 옳다. 개발사의 권한 밖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제도적 측면에서 접근해야지 ‘그 판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되기 시작하면 개발사는 더 이상의 놀이판을 만들 수 없다. 이도저도 아닌 결과물이 나오게 된다. G: 그렇다면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가? 윤: 나는 궁극적으로 한국의 온라인 놀이판은 개발사와 운영팀이 분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개발사와 운영팀이 한편이고 유저는 그 반대편에 서 있다. 앞서 말했듯이 개발사는 놀이판을 만들고 운영팀은 게임 마인드로 판을 운영하기 때문에 유저와 마찰이 생긴다. 따라서 보다 발전적인 방향은 유저와 운영팀이 같은 범주에 속하고, 개발사는 콘텐츠의 생산만을 맡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를 생각하면 쉽다. 개발사는 시공사가 되고 유저는 입주자가 되는 것이다. 입주자 대표 단체는 입주자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시공사와 입주자 사이를 조율한다. 이런 관계라면 입주자(유저)들은 지금처럼 `약관`이 아닌 `단체법`에 의해 통제를 받게된다. 따라서 한국적 온라인 놀이판에서는 운영팀이 궁극적으로는 입주자 대표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되면 유저들은 그 안에서 맞춤형 콘텐츠를 즐길 수 있고, 또 개발사는 유저들과 소통하며 창의적인 콘텐츠들을 쏟아낼 수 있다. 윤웅기 판사는 인터뷰 말미에 “그동안 단순히 ‘현금거래 옹호론자’로 비춰지는 것 같아 아쉬웠다. 나도 이렇게 장시간 내 견해를 말해본 것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들이 자신 개인만 의견이 아닌 주변사람들의 고민과 견해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게임에서 밸런스라는 개념을 알았고, 세상의 밸런스를 잡기 위해 판사가 됐다”며 게임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아이템 현금거래와 한국 온라인 게임에 자신의 생각을 애정 있는 사람의 고민 담긴 시선으로 봐 줬으면 한다며 웃는 그의 모습에서 판사 이전에 한 사람의 게이머가 느껴졌다. |
'게임소식(정지중) > ☞ 온라인뉴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온네트, 지스타2006에서 3개국과 계약 성사시켜 (0) | 2006.11.15 |
---|---|
십이지천 해킹 사태, 보안카드시스템 근본적 해결책 되나 (0) | 2006.11.15 |
데카론, 통합 챔피언 결정전 실시 (0) | 2006.11.14 |
한빛온, 수능 대박 기원 이벤트 진행 (0) | 2006.11.14 |
프리스타일, 17일 글로벌리그2006 그랜드파이널 개막 (0) | 2006.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