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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기획] 대한민국 게임대상, 수상기준 `애매모호`

무적태풍용사 2006. 12. 10. 23:21
글 : 게임메카 김명희 기자 [06.12.08 / 19:13]

오는 12월 18일 올해 최고의 게임을 뽑는 대한민국 게임대상 수상작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게임대상의 수상기준을 둘러싼 논란 역시 고개를 들고 있다.

◆ 기자단 및 일반인 투표로 대중성도 평가한다

작년까지 문화관광부 산하 게임산업개발원에서 주관했던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올해부터 민간단체인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 행정업무를 전담하면서 발전적 변화를 모색하는 중이다.

특히, 달라진 점은 본상 심사에 게이머 및 전문기자단 투표가 반영됐다는 점이다. 기존 심사위원 위주 폐쇄적 평가방식에서 탈피해 심사위원 전문기자단 투표 20%, 네티즌/모바일 투표 10%, 심사위원회 심사 70%로 나뉘어 반영된다. 이 같은 방식을 통해 게임의 작품성뿐만 아니라 대중성, 흥행성을 함께 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

먼저 후보작이 되기 위해서는 2005년 12월 1일부터 2006년 11월 30일까지 영상물 등급위원회 혹은 게임물 등급위원회의 등급심의를 받은 작품이어야 한다. 단, 업체의 자발적 출품의지가 없다면, 게임대상 심사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협회에는 지난 11월 30일까지 온라인게임 21편을 포함한 총 42편의 게임이 최종 접수됐다.  

◆ 게임대상, 또다시 도마 오른 ‘국산게임’ 논란

그러나,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게임대상 심사기준을 둘러싸고 ‘국산게임’ 논란이 불거지면서 업계에서는 본격적으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2005년 그래픽상을 받은 엔씨소프트의 ‘길드워’의 경우, 당초 최고 점수를 얻고도 그래픽을 제외하고 100% 해외에서 제작된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대상의 자격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엔씨소프트 측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자회사에서 개발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고, 결국 길드워는 그래픽상을 받는 데 그쳤다.

올해 역시 ‘피파 온라인’이 논란에 휩싸였다.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인기돌풍을 이끌며, 현재 유력한 게임대상 후보로 지목되고 있지만, 실제 유저들로부터는 EA의 대표적 타이틀을 온라인 게임화 했을 뿐이라는 비판을 받는 실정이다. EA와 네오위즈가 공동 제작했지만, 기존 피파시리즈의 컨텐츠를 온라인 게임화한 네오위즈의 개발력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느냐도 문제인 것.

뿐만 아니라 게임대상의 심사기준(2004 대한민국 게임대상 응모요강 기준)을 살펴보면, 게임기획/시나리오, 그래픽, 캐릭터, 사운드, 작품성 등의 항목이 제공되는데, 피파 온라인을 공동 제작한 네오위즈의 개발력을 평가해 줄만한 부분이 명시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네오위즈 측은 커뮤니티 모드나 선수육성기능 등 온라인게임 시스템 및 핵심 커뮤니티에 해당하는 부분을 개발했다고 주장하지만, 이 같은 항목은 게임대상 심사기준에 포함되지 않는다.

▲ `국산게임`의 정체성이나 기준은 모호하다. 과연, 피파 온라인의 핵심은 기획, 시나리오, 그래픽, 캐릭터, 사운드 등 EA의 원천 컨텐츠인가, 선수육성 모드 및 커뮤니티 등 네오위즈의 온라인 시스템인가?

◆ 패키지게임 기준 평가항목, 온라인게임에는 안 맞아

또, 게임업계 일부에서는 현행 게임대상 심사기준이 온라인게임을 평가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평가기준이 PC나 비디오 등 패키지게임의 완성도에 맞춰졌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온라인게임 강국인 한국에서 치러지는 게임대상의 경우, 출품작의 절반이 온라인게임일 정도로, 온라인게임 플랫폼이 강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게임으로서의 완성도나 서비스를 제대로 평가할 만한 항목이 전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패치나 업데이트를 통해 완성도를 보강하는 온라인게임의 특성상 어디서부터 평가를 내려야 할 지 모호한 상황이다.

한정된 심사위원이 약 2주간의 심사기간 동안 수십 개에 달하는 게임의 운영 및 서비스까지 살펴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온라인게임의 서비스와 운영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서비스 항목이 소홀히 평가되고 있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테스트단계의 게임이 후보작으로 올라오는 것도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해 등급심의만 거치면 후보작 출품이 가능하기 때문에, 21편의 온라인게임 출품작 중에는 ‘라이딩스타’, ‘스키드러쉬’, ‘쏘구피구’ 등 클로즈베타테스트 단계의 게임도 일부 포함되어있다. 클로즈베타테스트 단계의 게임과 정식서비스 중인 게임은 완성도의 차이가 크다. 이들 게임을 완성도를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영화시상식의 경우, 등급심의를 거친 것뿐만 아니라 그 해 개봉되어 극장에서 일주일 이상 상영된 영화를 심사하여 수여한다. 전문가들은 ‘상용화’를 기준으로 정식서비스 중인 게임을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하는 상황이다.  

◆ 게임업계, 게이머 모두가 공감하는 시상식 되어야

지난달 정보통신부가 주최하는 디지털콘텐츠 대상에서 정보통신부 장관상을 ‘R2’가 수상하면서 한때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시상 기준을 납득하기 힘들다’는 식의 평가들이 터져 나왔다. 정부와 유저들 간의 게임에 대한 평가기준이 서로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어긋난 경우에 해당한다.

 

올해로 11회째를 맞는 게임대상은 정부와 언론,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민간단체가 함께 힘을 합쳐 만드는 축제의 장이자 대한민국 게임업계의 위상을 드높이는 자리다.

게임대상은 지난 2003년 대통령상으로 격상된 후, ‘리니지 2’, ‘킹덤언더파이어’,’열혈강호 온라인’ 등 그 해를 대표하는 대상 수상작을 내놓은 바 있다. 따라서 게임대상의 경우에도 날로 발전하는 산업의 변화와 유저들의 공감대에 맞춰 명확한 심사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연말에 치러지는 각종 시상식들이 공정성 및 신뢰성에 의심을 받으면서 존폐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반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최초로 공중파에 중계되며 오히려 그 몸집을 키우려 하고 있다. 그들만의 잔치가 아닌 정부와 게임업계, 유저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진정한 게임 시상식으로 거듭날 수 있을 지,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지켜보는 눈이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