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소식(정지중)/☞ 온라인뉴스 ☜

[인터뷰] 백재승, 전소영 커플, “게임도, 결혼도 제 짝은 따로 있는 법”

무적태풍용사 2006. 6. 20. 22:45
글 : 게임메카 김명희 기자 [06.06.20 / 18:53]

2006년은 음력으로 한 해에 입춘이 두 번이 들어있는 이른바 ‘쌍춘년’으로 본격적인 결혼시즌이다. 쌍춘년에 결혼을 하면 백년해로 한다는 소문에 힘입어 온라인게임 속 커플들도 여름을 맞아 어느 때보다 뜨거운 사랑의 맹세를 하고 있어 화제다.

특히 사랑을 망설이는 커플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는 올 한해, 게임 속 ‘결혼행진곡’은 어느 때보다 자주 들릴 전망이다. 실제로 오는 토요일, 온라인게임을 통해 만나 인생이라는 게임을 영원히 함께 풀어가기로 약속하는 ‘예비 부부게이머’ 전소영, 백재승 커플을 만나보았다.

‘♬낭만고양이♪’와 ‘여우오빠_매지션’, 우리 결혼해요

백재승(35살), 전소영(28살) 커플은 베타테스트 때부터 ‘라그나로크’를 시작해 횟수로 6년째 게임을 하고 있다. 세인시스템 ITS팀에서 과장으로 일하는 백재승씨는 비교적 자유로운 회사업무 덕분에 ‘외근’ 나간다며 게임을 한 적도 있었다고 고백할 정도로 게임을 좋아하는 마니아.

연합길드의 운영진, 부길마 등 활발한 길드활동을 하고 있는 백재승씨에 반해 예비 신부 전소영씨는 게임에서 실명을 가르쳐주는 것도 어려워하는 수줍음이 많은 아가씨다. 그녀가 해 본 게임이라곤 ‘뮤’와 ‘라그나로크’ 등 손에 꼽는다.

그렇게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온라인게임을 통해 만나 마음을 열고, ‘너무 닮은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어 평생 함께 하기로 약속을 한다. 이제, 두 사람은 게임도 인생도 외로운 솔로잉이 아닌 영원한 파티플레이로 함께 할 예정이다.

예비신부의 당당한 프로포즈, “오빠와 사귀고 싶어요”

“가족적인 분위기가 좋다고 친구가 추천해 준 길드였는데, 막상 가입했더니 인사도 잘 안 받아주고 서먹해서 탈퇴해버렸어요, 그런데 다시 길드에 들어가고 싶어서 길드 운영진을 찾았는데, 마침 게임에 접속해 있던 운영진이 오빠밖에 없더라고요”

예전 길드에 있을 때 유난히 퉁명스럽게 굴어 예비신부 전소영씨를 속상하게 했던 길드 운영진 백재승씨는 이번에는 따뜻하게 전소영씨의 고민상담을 들어준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게임뿐만 아니라 두 사람의 인생이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녀는 자상한 그가 단번에 마음에 들었고, 자신이 먼저 길드공개창을 통해 ‘오빠와 사귀고 싶다’고 말했다고 수줍게 털어놓았다.

▲ 수줍은 신부 전소영씨와 다정한 백재승씨, 그리고 러시안블루 `또랑이`가 세 식구

“오빠가 산본에 살고 나이도 35살인 걸 길드원들이 모두 알고 있는데, 길드공개창에 ‘산본에 사는 35살의 남자분 좀 소개시켜주세요’라고 글을 띄웠죠”

백재승씨도 전소영씨가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곧 연락을 했단다. 그런데 공개창 고백 사건 이후 전소영씨는 전화도 받지 않고 ‘연락두절’. 당시 그는 ‘게임이라서 장난 삼아 한 거구나, 마음이 바뀌었구나’ 싶었다고 생각했다. 후에 알고 보니 그녀는 아파서 일주일이나 누워있었던 것.

첫 만남, 약속장소에 나온 ‘40대아줌마’를 보고 ‘아찔’

“아파서 누워있는 동안, 계속 전화통화만 하다 직접 만나기로 했죠. 그런데 약속장소에 차를 몰고 나가보니 왠 40대 아줌마가 두꺼운 모피옷을 입고 서 있어요. 혹시나, 해서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는데, 그 아줌마가 전화를 받는 거예요. ‘큰일났다’고 순간 뒷골이 확 땡겼죠. (웃음) 차를 몰고 지나쳤다가, ‘이러면 안 된다’ 싶어 다시 돌아갔는데 아줌마는 자리에 없고 이 사람이 서 있는 거예요. 지금은 웃지만 그 때는 정말 아찔했어요”

사진 한 번 교환하지 않고, 처음 만난 자리에서 두 사람은 결혼을 전제로 교제를 약속한다. 첫눈에 ‘내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던 것. 전소영씨는 독신주의자인데다, 그 동안 게임을 하면서 알게 된 사람을 오프라인에서 만난 것은 백재승씨가 처음이었다고 고백한다. ‘게임폐인’ 두 사람이 만났으니 걱정되지 않냐는 짓궂은 질문에도 “게임도 한 때고, 말려 줄 내가 있으니 (그녀는) 괜찮다”고 백재승씨는 자신 있게 말한다.

그러자 전소영씨가 사윗감으로 배 나오고 머리 벗겨지고 키 작은 사람은 안 된다던 어머니도 인정한 듬직한 남자라며 예비신랑을 추켜세운다.

게임은 생활, 입고 다니는 ‘옷’과 같아

“게임은 입고 다니는 ‘옷’과 같아요, 라그나로크는 ‘생활’이고요. 일하면서 연구소에 새로 들어오는 젊은 친구들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게임은 필수예요. ‘스타크래프트’는 기본이고, ‘썬’, ‘그라나도 에스파다’ 등을 즐기는 친구들도 있고 베타족도 있어요”

게임을 즐기러 집을 자주 찾는 친구들을 위해 컴퓨터도 두 대나 마련해 두었다는 백재승씨에게 게임은 이제 뗄래야 뗄 수 없는 생활의 일부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이 싫어서 중독성이 강한 WOW는 멀리 한다고 설명한다. 최근에는 마무리 단계의 프로젝트 때문에 신부와 같이 게임을 즐기는 시간이 줄어들어 그녀에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 함께 게임하고, 함께 음식을 준비하는 두 사람은 이제 `함께`가 제일 자연스럽다

그는 온라인게임을 통해 사람을 사귀는 일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제 새로운 게임은 찾지 않는단다. 새 게임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고, ‘구관이 명관’이란 말처럼, 턴제 방식의 옛날 게임들을 다시 찾고 있다고. 새로운 게임을 하지 않는 이유는 그녀도 마찬가지.

게임 커플의 꿈은 ‘게임 가족’

“강원도에 54세의 가장을 알고 있는데, 가족 전부가 게임을 해요. 부인에 세 딸에 막내아들까지, 여섯식구가 다 게임마니아죠. 막내 때문에 시작한 게임인데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새는 줄 모른다고, 아버님이랑 어머님이 더 열심이세요. 용돈 받는 전날이 되면 세 딸들이 몰려와 아버지를 서로 도와준다고 자랑(?)하세요”

백재승씨는 그렇게 게임을 통해 화합을 다지는 가족이 부럽다고 이야기한다. 이렇듯 게임이 취미이자 생활인 솔로 게이머들에게 게임 속에서 천생연분을 만나 가정을 이루는 일은 일종의 ‘꿈’이다. 꿈을 이룬 그는 솔로게이머들에게 인연은 어딘가에 반드시 있게 마련이라며 서두르지 말 것을 주문했다.

“2~3년전부터 결혼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실제로 작업도 걸어봤죠. 그런데 뜻대로 안됐어요. 주위에서 ‘짚신도 제짝이 있다’고 기다리면 인연이 온다고 이야기할 때는 진짜 패주고 싶었죠. 그런데 내가 겪어보니 그 말이 맞더라고요. 게이머 여러분, 기다리세요. (웃음)”

관련기사: 온라인게임, 연애에서 결혼까지 ‘필수 오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