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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 현거래 시장, 중개사이트는 진화 중

무적태풍용사 2006. 9. 4. 23:01
글 : 게임메카 김명희 기자 [06.09.04 / 09:14]

국내 아이템 현금거래 시장이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특히 잇단 입수합병과 사행성 논란으로 국내 아이템 중개사이트들은 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2006년 상반기 온라인게임 업계는 2월 초에 발생한 ‘리니지’ 대규모 명의도용 사건으로 들썩거렸다.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리니지 2에 도용 당했다고 신고된 계정만 24만 건, 주민번호만 13만 건이 넘어섰다. 여기에 최근 ‘바다이야기’로 시작된 사행성 논란까지 겹치면서 아이템현거래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조짐이다.

◆ 게임업체보다 더 잘 나가는 현거래 중개사이트

2002년 1천억 원을 밑돌았던 아이템 현금거래시장은 비약적으로 몸집을 불려 4년만인 2006년 이미 1조원 대 이상의 시장을 형성했다. 온라인게임에서 비롯된 일종의 ‘파생시장’이지만, 규모 면에서는 온라인게임 시장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으로 성장했다.

대표적인 아이템거래 중개사이트인 ‘아이템베이’가 차지하는 시장은 전체 중계사이트에서 60% 이상을 차지한다. 작년 한 해에만 3,000억원이 거래된 아이템베이는 자체적으로 올해 예상 거래액이 20% 이상 성장한 3,600억 이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아이템베이의 매출은 2,000~3,000억대의 매출액을 기록하는 대표적인 온라인게임 업체 엔씨소프트나 넥슨의 연간매출액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매년 많은 개발비 및 운영비를 투자하는 게임업체와 달리 아이템베이의 실제 순이익은 두 회사를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 아이템 현금거래 부작용은 ‘나 몰라라’

그러나 이처럼 급격히 성장한 아이템 현금 거래 시장은 부작용도 함께 키웠다. 올해 초 있었던 대규모 명의도용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대량의 게임 머니와 아이템이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국내 중개 거래 때문이다.

당시 리니지 명의 도용 사태에서 무단 생성된 계정의 대부분이 거래를 위해 아이템을 다른 계정으로 옮기는 ‘중간단계’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나 대규모 명의도용 사건의 원인이 아이템 현금거래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또한 대량으로 게임 아이템을 생산해내는 작업장은 주민등록번호 유출 및 도용뿐만 아니라 ‘봇’과 같은 불법 프로그램 사용 문제를 안고 있다. 중국 및 해외 작업장의 경우 현금거래를 통한 외화 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게임업체의 경우 IP차단 등 소극적인 단속에만 그쳐 근본적인 해결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 미국, 1조원 시장 노리는 공룡 IGE의 무서운 행보

국내 현거래 시장이 부작용 논란으로 주춤거리는 동안, 1조원 시장을 노리는 외국계 중개사이트의 국내 상륙이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우선 지난 7월 말 국내 2위에 해당하는 중개사이트 아이템매니아를 인수한 IGE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주 세계 최대 온라인게임 아이템거래 사이트인 ‘아이템베이(www.itembay.com)’가 미국 최대 아이템 거래사이트인 ‘IGE’에 인수, 합병된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IGE는 국내 아이템거래 중개시장에 60%이상을 차지하는 아이템베이를 직접 인수, 합병하려는 작업에 들어간 것. 약 400억 이상의 인수 금액이 거론된 상태로 협상은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고 관련 업계는 전한다.

최근 급격히 몸집 불리기 중인 IGE는 이미 또 다른 대형 아이템 현금 거래사이트인 ‘플레이어옥션’ 뿐만 아니라 중국의 대형 아이템 중개 거래사이트를 인수하기도 했다.

국내 중개사이트가 외국계 기업 합병된다면 향후 현거래시장 규제 및 정책마련에 어려움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아이템현금거래가 양성화되었을 경우 세수확보에 장애가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실제로 아이템베이는 게임의 사행성 논란과 함께 정부 차원의 강력한 규제 조치 등 압박을 받고 있다며 사이트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한 바 있다.

◆ 위기는 기회, 증권거래시스템 도입으로 ‘세대 교체’

대형 중개사이트가 해외 기업에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한편, 국내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모델’로 변화를 준비하는 중소 중개사이트도 눈에 띈다.

증권인프라 제공업체였던 티엘정보통신은 지난 8월 초부터 ‘아이템이엑스(www.itemex.co.kr)’라는 ‘게임머니지수’를 이용한 게임머니 거래 전문중개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티엘정보통신은 기존 아이템베이나 아이템매니아에서 흔히 쓰이던 게시판 형 주문, 체결 방식을 탈피해 증권거래 방식의 자동매매 시스템을 도입했다.

자동매매 시스템은 정형화된 화폐 단위 거래가 가능한 게임머니에 증권거래 시스템을 적용시킨 모델로, 증권시스템을 제외하면 게임머니 거래가 최초 적용 사례다.

아이템이엑스 관계자는 “현거래 시장은 1조원이 넘는데, 거래시장을 받쳐주는 제대로 된 거래중개방식이 없었다”며 “자동매매시스템을 통해 구매자는 가장 싼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고, 판매자는 적정한 가격으로 빨리 물건을 팔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실제 주식거래 시장처럼 객관적인 시세와 지표를 제공하기 위해, ‘게임머니지수’를 도입하는 등 아이템 거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 ‘현거래’라는 이름의 고양이목에 방울 다는 법

현재 온라인게임 아이템 현금거래 시장은 각 게임의 특성이나 업데이트에 따라 다양한 경제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게임업계가 중개거래를 묵인하거나 일방적인 사용자 제재조치만 취할 것이 아니라 인식제고 및 적극적인 협업을 모색할 단계라고 지적했다.

온라인게임 산업이 이제 막 성장 중인 일본은 치밀한 사전조사와 협회 구성을 통해 아이템 현금거래 시장의 부작용을 최소한다는 전략이다. 일본은 2005년 RMT(Real money trade) 조사위원회를 설립, 본격적으로 일본 내 온라인게임에서의 현금거래 실태 파악에 나섰다.

RMT 조사위원회는 RMT가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경제활동이라며 산업 및 개인의 권리보호, 윤리부문 등 세 가지의 정비 및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중앙대학교 위정현 교수는 “온라인게임은 사이버경제행위가 이루어지는 장”이라며 “앞으로 현실경제와도 연동될 아이템거래는 디지털자산의 거래로 진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아이템현금거래가 게임개발회사 및 각종 컨텐츠 공급 기업들을 더욱 발전시킬 것이다”고 전망했다.

대형 외국계 기업의 도전을 받고 있는 1조원 아이템 현금거래 시장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