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부 사행성게임 근절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글 : 게임메카 문혜정/김시소 기자 [06.11.29 / 11:37]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사행성 게임 근절 대책’ 법안을 놓고 게임업계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화관광부 김명곤 장관은 지난 24일, 사행성게임 퇴출을 골자로 하는 ‘사행성 게임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의 핵심은 ‘바다 이야기’ 등 사행성게임을 원천적으로 근절하기 위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사이버머니의 환전을 전면 금지시킨다는 것이다. 아울러 사이버머니 환전을 업으로 하는 업체나 개인을 철저히 단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문광부의 이번 조치는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개정 법률안’이 발효되는 내년 4월 29일부터 적용된다. ◆ 사행성게임 뿌리 뽑으니 온라인게임까지 뽑혀!    ▲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사행성 게임 근절 대책법안`이 게임업계에 파장을 불러모으고 있다 문제는 금지대상으로 지정된 사이버머니에 일반 온라인게임 머니까지 포함된다는 것이다. 고스톱, 포커 등 웹보드 게임의 게임머니 뿐만 아니라, ‘리니지’, ‘R2’ 등 모든 온라인게임 게임머니의 현금거래 자체가 법적으로 금지되는 것. 유저들은 사행성게임을 근절하는데 왜 온라인게임머니까지 금지대상이 되어야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문광부의 입장은 사행성게임에서 통용되는 사이버머니 일부가 온라인게임의 게임머니로 환전되어 현금화되고 있어 그에 따른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문광부 관계자는 “사행성 게임을 근절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리니지’ 등 온라인게임의 게임머니 거래까지 모두 단속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바다이야기만큼이나 악명을 떨쳤던 ‘컨츄리꼬꼬’에서는 자체 게임머니를 특정 온라인게임 머니로 환전해 유통되어 온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사행성게임’의 뿌리를 뽑으려면,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 전체를 함께 뽑아내야할 실정이다. ◆ 중개사이트, 마른하늘에 날벼락! 한편 업계는 이번 대책에 대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단순히 게임머니 거래 행위를 금지하기에는 아이템 현거래 시장이 국내 게임산업에 너무나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아이템 현거래 시장은 이미 1조원 규모를 넘었다. 이중 아이템 중개사이트에서 거래되는 비중이 전체 시장의 80%를 차지한다. 또한 중개사이트 내에서 게임머니 거래가 차지하는 비율도 70% 이상이다. 만약 온라인게임머니 거래가 금지되면 아이템 현거래를 알선해주는 중개사이트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게임머니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사이트의 경우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다. ▲ 법안이 발효되면 가장 크게 피해를 보는 측은 아이템 중개사이트. 1조원 규모의 아이템거래 시장에 일대 파란을 몰고올 조짐이다 중개사이트 측은 “현금거래의 양성화를 위해 정치권이나 학계 등에서 단계적으로 논의해온 사안들이 모두 무시된 처사”라며 금지조치부터 내리기 전에 현금거래에 관한 명확한 법규정부터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법의 사각지대’ 직거래 시장, 청소년 현거래 부채질 아이템 거래 중개사이트는 온라인게임 산업에 있어서 ‘필요악’으로 인식되어 왔다. 현거래를 활성화 시켰다는 비판도 있지만, 직거래로 인한 사기 및 범죄를 막아는 데 일조한 것도 사실이다.  ▲ 현금거래가 법적인 제재가 없는 직거래로 변함에 따라 미성년자까지 확대될 위험이 있다 거래당사자가 직접 만날 필요 없이 중개사이트를 통해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개사이트에서 게임머니 거래가 전면 금지되면 온라인에서 활로를 찾지 못한 업자들이 직거래 형식으로 게임머니를 거래할 가능성이 높다. 구매자와 판매자가 직접 만나 현금과 사이버머니를 거래 하면서 그에 따른 사기, 폭력 등 강력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되게 된다. 실제로 중개사이트가 없었던 2000년 이전에는 직거래로 인한 범죄나 폭행사건이 비일비재 했다. 거래자끼리 만났다 폭행사건으로 이어지거나 심지어 살인까지 일어나기도 했다. 게다가 거래 규모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기 때문에 범죄에 대한 가능성은 예전보다 훨씬 심각하게 대두될 것이란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그동안 중개사이트에서 성인만 이용 가능했던 현금거래가 법적인 제재가 없는 직거래로 변함에 따라 미성년자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것. 아직 판단기준이 서지 않은 청소년들이 쉽게 현금을 벌 수 있는 ‘직거래 장터’로 발길을 돌릴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법의 사각지대’로 변한 음성적인 현금거래 시장에 미성년자들이 무분별하게 노출될 확률이 높다. ◆ 변태거래 성행, 음성화/조직화 될 가능성 커 또 한가지 문제는 중계사이트에서 이루어졌던 게임머니 거래가 음성화, 조직화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상당수 게임머니를 보유하고 있는 작업장의 경우 중개사이트를 통해 고객정보를 확보하는 등 조직적인 거래에 나서고 있다. 한 온라인게임 작업장 관계자는 “거래가 전면금지 되면 자연히 게임머니의 시세가 올라 비싼 가격에 게임머니를 팔 수 있고, 중개사이트에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작업장의 입장에선 호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법안 발효 후 거래활로를 확보하기 위해 단골 고객장부까지 만드는 등 벌써부터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 게임업체는 중개사이트에서 고스톱, 포커머니 거래를 전면 중단시켰다. 하지만 게임머니 거래량은 전혀 줄지 않고 오히려 게임머니를 몰아주기 등 변칙적인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중개사이트의 변칙운영을 부채질 할 수 있다. 보통 노래방의 경우 도우미를 쓸 수 없지만 사업자등록증을 단란주점으로 등록 할 경우 도우미를 쓸 수 있다. 이처럼 중개사이트도 4월 법 시행 후 다른 업으로 사업자등록을 하거나, 증거가 남지 않는 거래형식으로 전환할 경우 법망을 충분히 피해갈 수 있다. 또, ‘아이템매니아’처럼 해외 현금거래사이트에 인수되거나 해외서버를 통해 거래할 경우 국내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단속을 할 수가 없다. 결국 1조원에 달하는 아이템 현금거래 시장만 해외에 고스란히 내어주는 꼴이다. ◆ 아이템 현거래에 관한 근본적 대책마련 시급 문광부의 ‘사행성 게임 근절대책’ 법안은 2004년에 여성부가 발표한 ‘성매매특별법’과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되면서 전국 집창촌의 불은 껐지만 원조교제, 변태성매매업소 등 음성적 성매매는 더욱 늘어났다.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단속의 칼날을 피해 사이버머니 거래수법은 점점 교묘해지고 음성화 될 것이라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 2년전 시행된 `성매매특별법`과 올해 발표된 `사행성게임근절대책 법안`. 부작용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없이 규제만 하는 관행이 이번에도 되풀이 되지 않을까 유저들은 우려하고 있다 게임소송전문 변호사 정준모 변호사는 “그동안 중개사이트들이 현금거래의 적절한 안정장치가 되어 구매자를 보호해왔지만 앞으로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 묻고 싶다”며 “부작용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세워놓지 않은 채 무작정 규제만 하는 관행이 이번에도 되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사행성게임을 근절하기 위해 내세운 정부의 법안이 오히려 더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진 않을지 우려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