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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게임회사 취업, 6가지‘오해와 진실’

무적태풍용사 2007. 2. 22. 01:12
07.02.21 17:56 [게임메카 문혜정 기자] 추천수 2

게임업계에는 ‘메뚜기 개발자’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메뚜기처럼 이리저리 옮겨다닌다’는 뜻으로 게임 개발자들의 잦은 이직을 꼬집는 말이다. 또 그만큼 신입이 게임회사에 들어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 어렵다.

게임메카에서는 2007년을 맞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게임회사 취업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다각도로 분석해보았다. 수많은 신입, 경력자들을 접한 게임업계 인사담당자들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6가지 오해와 진실. 그 속에 게임회사 취업에 관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

(1) 게임회사 면접은 다른 기업에 비해 자유롭다!
NO! 사람 뽑는 건 어디나 마찬가지, 게임회사라고 다를 건 없다!


▲ 이색적인 채용공고로 화제가 된 엔씨소프트의 오픈마루 스튜디오. 게임회사답게 독특한 채용공고를 냈지만, 역시 가장 우선은 실력이다!

게임업계 인사담당자들은 구직자들이 흔히 하는 실수로 ‘과도하게 자유로운 형식의 이력서와 면접 태도’를 들었다.

게임회사라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무언가 튀고 자유로운 사상을 가진 사람을 선호할 것이라 생각되지만, 실상 채용된 사람 중에는 성실하고 반듯해 보이는 사람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인사담당자들은 "자유로운 자신의 세계관을 보여준다는 이유로 기본 형식도 갖추지 않는 이력서와, 면접시 예의에 어긋난 복장과 태도를 보이는 것은 큰 감점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실제 제조업계에서 인사담당을 맡았던 권도영 씨(현 넥슨 인사팀)는 “게임업계도 전형적인 굴뚝기업인 제조업계와 비교해 채용기준이나 과정이 다를 바 없다”며 “대기업의 경우 튀는 사람이 눈에 띄어 채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게임업계 지원자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색깔이 강해 그런 면이 장점으로 부각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인사담당자들은 회사의 스타가 아닌 팀원들과 자연스럽게 융화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당신이 그들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어야 할 것은 타인과는 다른 비범함이 아닌 기본적인 ‘실력’과 ‘성실함’이라는 것을 명심해라!

(2) 신입 채용시 게임관련 학과, 게임 학원 졸업생들이 유리하다!
So So! 중소업체는 유리하지만 대기업은 여전히 명문대 출신!

게임 개발자는 전문직인 만큼 처음부터 하나씩 배워야 하는 신입을 꺼려하는 직종 중 하나다. 물론 공채도 많지 않아 수시채용으로 뽑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경력자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어려운 난관을 뚫고 게임회사에 취직한 신입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중소업체와 대기업의 신입 구성원을 살펴보면 조금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수시채용이 대부분인 중소업체의 신입들은 상당수가 게임관련 학과 및 학원생들이 포진되어 있다. 하지만 공채가 일반화 되어 있는 넥슨, 엔씨소프트 등 대기업의 신입들은 그래픽 디자인, 컴퓨터공학과 등 오히려 게임외 관련 전공자들이 많다.

▲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IT 기업으로 선정된 넥슨. 하지만 채용설명회를 가진 10개 대학 대부분이 국내에서 손꼽히는 명문대들이다

중소업체에서 게임관련 학과 및 학원생들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타 전공자에 비해 즉시 현장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연봉 문제도 적지 않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많은 게임학과 및 학원생들이 중소업체에서 낮은 연봉을 받으며 1~2년 열심히 일을 배우고 나면 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대기업으로 빠져나간다”며 “대기업은 경력을 쌓은 신입 개발자들이 제 발로 찾아오는데 처음부터 게임학과 관련자를 뽑을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게임업계의 인재 양극화 현상을 아쉬워했다.

게임회사에 취직하기 위한 가장 빠른(또 가능성 높은) 방법은 게임관련 학과 혹은 학원에 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인력부족에 시달리지 않는 대기업에서는 오히려 기본에 충실한 신입을 더욱 선호한다. 게임업계가 아무리 학력불문, 전공불문을 외치지만, 대기업에서 명문대 졸업생이 많이 뽑히는 이유를 알겠는가?

(3) 포트폴리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최상의 것을 제출한다!
NO! 표절, 도용한 포트폴리오는 좁은 게임업계에서 바로 들통나기 마련!

게임업계에서는 채용시 포트폴리오의 비중이 가장 크다. 그래서 구직자들 중에는 간혹 다른 사람의 작품을 표절하거나, 이전 회사에서 함께 근무했던 타 직원의 작품을 도용해 제출하기도 한다. 물론 허위 제출이 발각되면 바로 탈락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수많은 구직자들의 포트폴리오를 접하는 인사담당자들은 표절작들의 경우 한눈에 판가름된다고 말한다. 특히 온라인 활동이 활발한 개발자들의 경우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온라인 상에 올려놓는 경우가 많아 조금만 검색해보면 쉽게 들통나고 만다. 실제 게임업체의 한 관계자는 “구직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제출할 때 자신이 맡은 분야가 아닌 기획서 혹은 애니메이션 전체를 제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반드시 이전 직장에 근무했던 사람에게 구직자가 담당했던 분야에 대한 확인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좁은 게임업계에서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여러 관문을 모두 통과해 실제 채용되었다고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결과물이 눈에 보이는 직종의 특성상 수습기간 중 부족한 실력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실제 모 개발사에서도 얼마 전 국내에서 알아주는 명문대 졸업생을 채용했지만 수습기간 중 포트폴리오와는 다르게 기본에도 못 미친 실력을 보여주어 중도에 내보낸 경우가 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속담이 있다. 당신은 인사담당자들을 간단히 속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들은 당신의 머리 위에서 행동 하나 하나를 가만히 꿰뚫어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4) 신입 개발자, 신규 프로젝트에 내 이름을 당당히 내세우리라!
NO! 신입은 뒷처리 담당, 신규 프로젝트는 경력자들의 것!

신입 개발자들은 외친다. “세상을 감동시킬 게임을 만들어보겠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들에게 처음 주어지는 과제는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게임의 뒷정리. 때문에 신규 프로젝트에서 두각을 나타낼 각오로 들어갔던 신입의 경우 크게 상심할 수 있다.

신입들이여, 작은 개발사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새로운 게임을 탄생시킬 것인가, 대형 업체에서 조금씩 경력을 쌓아 갈 것인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 게임전문 취업사이트인 게임잡에는 취업정보를 물어보는 구직자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5) 대기업에서 중소업체로 옮길 경우 연봉은 부르는 게 값이다!
So So! 연봉이 올라가긴 하지만 너무 높은 연봉을 요구하는 건 역효과!

인력난으로 허덕이는 게임계에서는 대기업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재의 경우 스카우트 1순위 대상이다. 그래서 중소업체 인사담당자들은 부담이 되더라도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 높은 연봉을 제시한다.

하지만 문제는 대기업 라이브팀에서 간단한 업데이트 작업을 수행했던 경력자들 중, 이직시 대기업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무리한 연봉을 요구하는 것.

이직을 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라이브팀(오픈한 게임의 업데이트를 담당하는 팀)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들로, 그들은 초기 개발자와 연봉은 비슷하지만 인센티브에서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직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한 중소업체의 인사담당자는 “게임의 아주 작은 부분에 관여했던 구직자가 단지 대기업에 다녔다는 이유만으로 이전 직장의 연봉보다 1천 만원 이상 높게 요구해 황당한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인사담당자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아직도 게임업계에서 대기업 출신자들을 우대하는 건 사실이지만 단순히 대기업 출신이라는 이유로 높은 연봉을 요구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조언한다.

경력자들은 당신을 채용할 사람은 당신이 ‘어떤 직장’을 다녔는지보다, 그 직장에서 ‘어떤 일’를 했느냐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라!

(6) 게임회사 취업은 인맥이다!
YES! 인맥이 100%는 아니지만 본인의 실력만큼 중요하다!

한 다리 건너면 아는 사람이 있는 게임계에서 인맥은 취업에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때문에 이직을 염두하고 있는 경력자들의 경우 실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사람과의 관계’라 할 수 있다.

인사담당자들은 인맥이 취업을 좌지우지 할 정도는 아니지만, 채용과정시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아직도 게임업계에선 이전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의 평가로 취업이 판가름 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인사담당자들이 인맥을 중요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몇 년간 한 프로젝트를 협동해서 이끌어가야 하는 게임 개발의 특성 때문. 실제 엔트리브의 경영기획실 옥정우 대리는 “신규 프로젝트의 경우 보통 담당 PD가 주축이 되어 마음에 맞는 사람들을 불러모으기 때문에 팀을 완성하는 데만 6개월 가량 걸린다”고 말했다.

게임회사의 `입사추천제도`도 이러한 인맥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인사담당자들은 입을 모아 “게임회사에 취업을 원하는 사람은 많지만, 막상 자리가 비었을 경우 급하게 회사에서 필요한 인재를 찾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그래서 많은 게임회사에서는 자체적으로 입사추천제도를 도입해 빠른 시간에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인재를 뽑고 있다(물론 추천한 사람이 채용됐을 경우 추천자에게 50~100만원 상당의 수고비가 지급된다).

경력자들이여, 이직을 고려중이라면 본인의 능력을 보여주고자 하는 만큼 타인과의 관계 개선에도 힘을 써라. 독불장군 식의 마인드는 게임계는 물론 사회에서도 통하지 않는다. 훗날 당신의 사소한 배려가 인생을 바꿀 큰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

▲ 당신이 실력과 인성, 열정을 겸비하고 있다면, 게임회사 취직이 먼 꿈만은 아니다!

이상으로 ‘게임회사 취업에 관한 6가지 오해와 진실’을 알아보았다. 인사담당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신입이든 경력이든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실력’과 ‘인성’ 그리고 ‘열정’이라고. 2007년 게임회사 취업을 원하는 수많은 구직자들,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