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3.27 18:48 [게임메카 유대훈 기자] | 추천수 9 |
[클릭!이사람] 이수 테마파크 박동준(34세) 사장 “아직 오락실은 살아 숨쉬고 있다.” “그 많던 오락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위 문구는 박완서 작가의 유명한 소설인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비슷한 읊조림으로 패러디를 해보았다. ‘오락실’이 눈에 띄게 줄고 있는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년째,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아 2대에 걸쳐 방학동에서 오락실(상호명: 우리들의 놀이터)을 운영하고 있는 차은철(35세) 사장은 “체감상 2,000~3,000개 정도의 수가 유지되던 점포가 10년 사이에 1/10 수준으로 줄어든 느낌이다.”고 말할 정도다. 도대체 왜 이렇게 현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일까? PC방에 밀려서? 아케이드 게임이 퇴보하고 있어서? 게임기판 값은 천정부지로 솟지만 플레이 요금은 십 수년째 100~200원을 유지하는 한국만의 특수한 사정 때문에? 모두, 어느 정도는 오락실의 퇴보에 일조했던 이유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 많은 점포들이 문을 닫았다. 동네 한 켠에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휴식터가 되었던 오락실은 하나 둘 사라지는 형국이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살아남은’ 오락실도 있다. 아니, 오히려 살아남았기 때문에 ‘유명해진’ 오락실이 서울에도 몇 곳이 있다. 게이머들은 이런 오락실을 중심으로 뭉칠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더욱 결집력이 높아지고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대체 ‘어떻게’ 살아남은 것일까? 이런 궁금증을 풀고자, 서울에서 가장 ‘잘’ 나가는 오락실중의 한 곳으로 불리는 총신대입구(4호선) 역의 ‘테마파크 게임랜드’를 방문했다. ■ [인터뷰] 이수 테마파크 박동준(34세) 사장 “아직, 오락실은 살아 숨쉬고 있다.”
게임메카: 도대체 그 많던 오락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박동준 사장(이하 박): 글쎄요. 전부 PC방으로 갔을까요(웃음). 간단히 말하면 ‘장사’가 되질 않으니 사라진 거죠. ‘한 곳’이 잘 되면 우후죽순처럼 비슷한 업종의 개업이 생겨나는 게 우리나라 현실인데, 게임장은 계속 사라지고만 있으니 제가 생각하기에도 효율적인 사업은 아닌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유지비가 많이 들어요. 친구들은 제가 카운터에 앉아서 100원짜리 동전만 바꿔주는 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전만 바꿔주다 보면, 저도 가게 문을 닫아야 했을 겁니다. 저도 힘든 부분이 많은데, 젊었을 때 포부도 있었고 고집도 있어 계속 하고 있는 거에요. 아버지에게 물려 받은 이유도 있고요. 불황 속에서, 박동준 사장이 순수한 ‘청소년 게임장’을 차리기로 마음을 먹었던 자체가 어려운 결심이었다고 한다. 남들은 오락실 점포를 접고 PC방 창업에, 성인 게임장 개업으로 돌아섰고, 그런 분위기에 휩쓸렸을 법도 했건만 4년 전부터 꾸준히 ‘청소년 게임장’을 가꿔나가고 있었다. 게임메카: 그래도 이 정도 규모의 영업장이라면 돈을 많이 벌지 않습니까? 격투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오락실로 알고 있는데요. 박: 돈을 많이 버는 기준이 뭘까요? 단순히 총 매출액을 말하자면 많이 버는 거겠죠. 하지만 게임장 사업이 만만치가 않아요(그는 오락실보다 게임장이라는 단어를 더 좋아했다).
기판과 기계 자체의 가격이 어마어마했다. 새로 나온 ‘철권’ 시리즈만 4대 구입해도 2,000만원이 훌쩍 넘는단다. 그런 지출을 평균 게임비 200원으로 조금씩 충당시키는 것이 오락실 사업이라고 했다. PC방처럼 먹거리를 제공하는 부가 수입이 있는 것도 아니요, 순수하게 ‘코인’으로만 수입을 결정짓는 사업이었다. 또 그에 따른 위험요소는 얼마나 많은가. 천 만원 이상을 주고 비싸게 구입한 기기는 얼마 못 가서 중고취급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고, 아예 팔리지 않는 게임기도 많다고 한다. 박사장의 말에 따르면, 동전으로 벌고 천 만원 단위로 빠지는 사업이어서 리스크가 큰 편이라고 한다. “PC방처럼 먹거리를 제공하는 부가 수입도 없다. 순수하게 `코인`으로만 수입 결정돼” 거기에 아케이드 게임 시장의 불황으로 기기 부품을 다루는 곳이 점차 줄어들어 수시로 고장 나는 레버와 버튼을 교환하는 것도 큰 골치덩어리라고 한다. 레버와 버튼이 달려 있는 것만으로는 ‘격투 게임 게이머’들의 민감한 ‘손 맛’을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신통치 않은 것으로 교체했다가는 금새 ‘홈페이지(tmarcade.com)’에 불평 게시물이 올라온다고 한다.
게임메카: 차별화된 전략이라면? 박: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죠. 홈페이지도 개설해서 게임장을 찾는 친구들의 불만도 직접 모니터링하고 답글도 달아요. 또 이수 테마파크가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게임 대회’ 때문이겠죠. 지금도 게임 대회는 적극적으로 후원을 해줍니다. 개최부터 진행, 수상자들의 상품을 고르는 것부터 상품 수여까지 제가 직접 하고 있어요. 작년부터는 아프리카TV로 중계 방송을 시작했어요. 우리 게임장의 게임화면을 PC에 연결해 생방송으로 인터넷에 내보낸 거죠. 대회가 있었던 초반에는 직접 방장이 되어 경기 중계까지 했어요. 지금은 테마파크에 오는 사람들이나 각 게임의 운영진들이 방장 역할을 해요. 이수 테마파크는 참 특별한 오락실이었다. 박사장의 말에 따르면 주요 고객들이 ‘이수’ 근방에 사는 소위 동네 사람들이 아니라, 테마파크를 찾기 위해 이수로 오는 ‘다른 동네 사람들’이었다. 작년부터는, UCC열풍에 빠르게 합류한 곳도 이수 테마파크였다는 것이 박동준 사장의 설명이었다. 때문에 게임 대회가 열리는 날에는 직접 대회에 참여하지 못한 지방의 게이머들이 중계를 시청하려고 몰린다고 한다. 동네 오락실은 더 이상 ‘동네’에서 놀지 않게 되었다. 지방에서 찾아오고, 찾아오지 못하면 실시간 동영상을 통해 ‘이수 테마파크’를 즐겨 찾는 게이머들이 많다는 얘기다.
이수 테마파크는 홈페이지를 봐도 알 수 있듯이 게임 동영상 제작과 실시간 생중계로 유명하다. 때문에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도 테마파크에 오는 고수들의 플레이를 매일 감상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다시 먼 지역 사람들의 방문하게 되는 동기부여를 더욱 증폭시키게 되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거의 매주 열리는 게임 대회의 활성화로 이어졌다는데…. 게임메카: 대회 규모는 어느 정도에요? 박: 어느 정도일지, 맞춰 보세요(웃음). 게임메카: 한 20~30명 정도가 참여하지 않습니까? 박: 하하, 너무 작게 보셨네요. 최소 50명은 참여합니다. 게임메카: 그렇게 많은가요? 주로 철권 같은 인기 게임에만 인원이 많은 게 아닌가요? 박: 굳이 철권 대회를 열어야, 사람이 많은 것은 아니더라고요. 게임마다 묘한 응집력이 있어요. 길티기어 시리즈의 경우에는 150명까지 참가했었을 정도에요. 해당 게임 커뮤니티의 응집력이 강할수록 대회 참여 숫자가 많더라고요. 대회 참가비는 2천원으로 대회마다 동일하다고 한다. 이 비용으로 경기도 운영하고 상품도 지급한다는 박사장은 대회 수입 이상의 상품을 준비하기 때문에 대회 참가비를 줄여달라는 몇 게이머들의 요청을 무시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게임메카: 앞으로 오락실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또 이수 테마파크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박: 글쎄요. PC방처럼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진 않을 것 같아요. 대신 몇 백 평 규모의 게임장은 생겨날 조짐이 보이네요. 저는 이런저런 세태에 휩쓸리지 않고, 계속 운영하고 있을 겁니다. 제가 이 일을 하지 않게 되면 잃게 될 친구들이 너무 많아 두렵기도 하고요. 또 저도 게이머에요. 직접 하는 게임만해도 철권, 버파, 스파 시리즈 등입니다. 마음 편하게 하고 싶은 게임을 수준에 맞는 사람들과 할 수 있는 게임장이 동네에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와 같은 사람들이 마음 편하고, 좀 더 깨끗한 환경에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입니다. 대회도 적극적으로 후원하고요. 그러다 보면 큰 돈을 벌 수 있지 않아도, 제가 하는 일에 대한 보람은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이런 스타일의 게임장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사업에 대한 궁금증을 문의하러 오는 사장님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일본에 비해 환경이 척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열심히 하면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네요. “오프라인의 매력을 아는 친구들이 모이는 곳이 바로 오락실” 그러기 위해서는 게임장을 찾는 사람들의 마인드도 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박동준 사장은 말했다. 어두운 공간에서 갈 곳 없는 동네 형들이 거주하는 탈선 현장이 아니라, 오프라인의 매력을 알고, 게임의 매력을 아는 사람들이 ‘실력’을 겨루는 곳이라면 그만큼 ‘매너’도 갖춰야 한다는 게 박사장의 지론이었다. 물론 그 장소를 마련하는 것은 박동준 사장의 몫이다. 하지만 그 게임장을 깨끗하게 이용하고, 기기를 아끼고, 게임장을 찾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결국 게이머들의 몫이라는 지론이, 박동준 사장의 끝맺음 멘트였다. 이수 테마파크는 50평 규모, 70여대의 기기들, 노래방 기계와 인터넷으로 생중계를 할 수 있는 PC를 4대까지 갖췄다. 또 매장 정문에서는 대형 스크린에 플레이 화면을 실시간으로 재생시키고 있었다. 거기에 온라인에서는 UCC 동영상이 접목되고, 오프라인에서는 매주 게임대회까지 소화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렇게 살아남아야 했고,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살아남았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본 인터뷰의 제목을 무엇으로 하고 싶으냐고 물어보니, 박사장은 이렇게 대답했다. “아직 오락실은 살아 숨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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